(취미교실 11/20) 허광재 교우 – 나의 삶을 되돌아 보는 시간 (추가된 내용)

 

 

 

 

 

 

 

감사의 계절입니다.

지난 4년여를 병고의 뼈아픈 과정을 거치는데도,
하느님께서는 절망하지 않게 힘을 주셨기에,
그 병마 속에서,
주님의 크신 사랑을 몸소 겪으신 교우가 계십니다.

주님께서는 이 형제님에게
우리 사람이 얼마나 나약하고 무능한 존재인지를 깨닫게 해 주셨습니다.

이토록 힘든 과정을 겪어 오신 형제님께서,
주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리는 자리를 마련하였습니다.

힘든 걸음 인데도
우리와 함께 감사의 마음을 나누어 주신 형제님과
옆에서 많이 도와주신 안나 자매님에게 큰 감사를 드립니다.

아래는 오늘 미카엘 형제님께서 나누어 주신 이야기입니다.

 

허광재 미카엘 형제님의 글

나는 2020년 9월, 정기 건강 검진에서 백혈구 이상으로 혈액 검사를 여러 차례 받았고, 그해 12월 골수검사 결과 골수 이상 소견을 받았다.
주치의는 2021년 3월에 다시 골수검사를 받아 보자고 했으나, 2월 21일 고열로 응급실로 가게 되었고, 바이러스 치료제와 대장균 치료제를 투여하며, 골수검사를 받았다.

결과는 급성 골수 백혈암(AML=Acute Myeloid Leukemia )으로 판정되었다.
다음 날, 담당의가 병실로 와 자기가 치료할 수있는 것은 여기까지 라고 하면서 미안하다고 하였다. 그 의사분께 어떻게 하면 계속 치료할 수 있냐고 물어보니, Northwestern University Hospital에 Dr. Dinner를 찾아가 보라고 했다. AMITA 병원에서 2일 동안 옮길 병원의 보험 관련, 입원실 문제등으로 대기하다 그 병원으로 가게 되었다.

 

Northwestern Memorial Hospital | Chicago, IL
Northwestern Memorial Hospital | Chicago, IL

 

내가 들어간 병실은 미시간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방이었다.
1주일에 걸쳐서 검사를 받고 항암치료 (chemo)가 시작되었다.
골수암 종류는 무수히 많은데, 나는 중증으로 분류 되어 5 사이클에 걸쳐서 진행된 다고 설명해 주었다.

1 사이클은 10일 정도 입원해서 chemo 를 받고, 1 주일은 집에서 먹는 약으로 치료하는 방식으로 약 석 달에 걸친 치료였다.
몸에 Picc line을 심장에 박아 직접 약물을 투여하는 방식이다. 키모를 받는 동안 머리카락, 수염, 눈썹이 모두 빠지고, 겨드랑이부터 발목에 이르기까지 피부는 모두 까맣게 변했다.

2~3 사이클 chemo 때 위기가 찾아왔다. 그때 나는 부작용(side effect)으로 먹질 못하고, 말을 할 수가 없다. 입과 혀, 목구멍에 두꺼운 백태가 끼고 온몸에 염증(mold)이 나고 힘도 없고 어떻게 할지를 모르겠었다.

 

미시간호수
병실에서, 와중에 위로를 준 미시간 호수의 아침

 

그때 ‘내삶은 여기까지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가운데 담당의사가 내가 치료하는 동안에 의사소통이 어려워지면 대리인 위임장을 써달라고 했고, 위임장도 썼다.
당시는 팬데믹 시절이어서 병실 방문에 제한이 있었던 시기였는데, 내 집사람은 매일 10-11시 사이에 병실로 와서 나와 같이 9일 기도를 계속하였고 오후 3시면 집으로 갔다.

병실에서 내가 과거에 읽었던 , ‘나의 장례식’이라는 글인데 글쓴이는 나이 많은 암환자로 임종이 1달 남은 사람이 었습니다. 그의 장례식이란 내가 이세상과 끝나기 전에 가까운 친구, 친지, 가족과 함께 그동안 고마웠다고 전하고, 그들에게 상처를 준일이 있으면 용서를 구하고 생을 마감한다는 글이었다.

 

picc line
몇 개월을 가슴에 주렁주렁 매달고 다녔던 픽라인

 

그때 생각이 나서, 나의 장례식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처음으로 하느님과 나와의 관계를 생각하게 되고 당신께 내가 하지 못하고 가는 일들을 부탁하기 시작했다.

첫번째로는 나의 아내 안나에게 고맙고 그간 고생 많았다고 하며 주님께서 잘 보살펴 달라고 기도하는 것이다.

두번째는 나의 두딸을 부탁하는 기도였다. 내가 없어도 주님께서 잘 돌봐 달라고 기도했다.

세번째는 나를 위하여 기도하여 주신 분들을 위한 기도였다.

네번째는 그간 살면서 도움을 주셨던 모두 분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기도다.

다섯번째는 내가 살면서 가족이나 가까운 분들께 마음 아프게 한 일들에 대한 용서와 화해의 기도다.

 

초승달,보름달
초승달과 보름달로 골수이식 시작과 마침을 함께해 주신 놀라운 하느님의 신비

 

교우들의 기도와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어려운 시기를 잘 넘기고, 5 번째 사이클인 6월 말 마지막 키모는 의사가 매우 독할 거라며 주의사항을 지킬 것을 당부했다.

여기서, 그래도 희망적인 소식이 왔다. 나와 100% 일치하는 골수를 찾았 다는 것이다. 그건 기적이었다. 전세계에서 나와 100% 일치하는 사람이 3명이 있었는데, 단 1명이 골수 증여 의사를 밝혀 7월 초에 골수이식 받았다.

7월 중순에 퇴원하여 1주일에 한번씩 가서 피검사를 받고 30분 정도 기다렸다가 의사 만나 소견 듣고, 다시 약물 처방을 받아 집으로 돌아오는 루틴이 일상이 되었다.

 

골수이식
비행기로 냉동, 무균 상태로 병실까지 날아 온 증여자의 골수를 받는 순간

골수이식은 이식 전에 강력한 항암제와 방사선 치료를 통해 기존의 병든 골수 세포를 최대한 제거하고, 건강한 사람의 골수를 주입해서 이식된 세포가 환자의 골수에 자리 잡고 새로운 혈액 세포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이식된 세포가 환자의 몸에 자리 잡는 과정에서 여러 문제들이 생기기도 하는데, 피는 온 몸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눈, 치아, 피부, 간, 폐 등 여러 곳에 영향을 미친다.

2차 위기는 골수이식 받은 해 12월, 나의 기존 세포를 활동을 줄이는 테크로라는 약을 점차 줄여가는 과정에서 부작용이 발생하여 온몸에 염증이 생기는 것으로 위험한 상황이었다.

2년 이상 아침 06시,09,12시 오후 6시,9시에 약을 먹다 최근에 약을 조금씩 줄이고 있다.
이 모든 과정에 내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는 것 같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주님께 바치는 매일 매일 9일 기도, 주일에 인터넷 미사와 감사하며 기도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만일, 우리 가족이 없었으면 아무 치료도 받지 못했을 것이다.

 

무지개
궂은 날도 있었지만 무지개로 희망을 예견해 주신 하느님

 

나는 이 모든 것에 고마움과 소중함을 다시금 갖게 되었고, 내가 전혀 알지도 못하는 사람인 골수기증자에게 고마움을 평생 잊지 않고 살 것이다. 또한 나를 위해 치료해 주신 의료진과 나를 위해서 주님께 기도하여 주신 교우들께 늘 고마움과 감사의 마음을 갖는다.

그리고 내가 다녔던 회사의 사장님한테도 고마움 전하고 싶다.
내가 입원 중에도 지금까지도 변함없이 내가 하던 일을 계속 할 수 있게 해 주어서 치료하는 동안에도 나의 일상을 살 수 있었기에 감사한 마음이다.

 

 

4년 동안 나를 둘러싼 생각은, 아프고 나니까 세상에 나 혼자 할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이다. 나약해진 나의 건강으로, 가족이나 의료진에 의지하여 치료 받고 생활하는 것이 나의 현재의 위치다.
이제 남은 삶은 고마움과 모든 일에 감사하며, 욕심을 버리고, 우리 가족과 주위 어려운 모든 사람을 위하여 내가 할 수 일을 하며 사는 것이다.

특히 치료 과정에서 어려운 고비 때마다 생각하게 하는 헌신적인 나의 사랑하는 아내, 혜진이, 형주에게 고마움과 사랑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고
한편으로는 미안한 마음 마저도 든다. 사랑한다, 우리 가족. 앞으로는 우리가족을 위하여 살아갈 것이다.

주님과 함께.

 

 

위 음악은 몸이 회복되는 과정에서 미카엘 형제가 감사하는 마음으로 즐겨 들었다는 음악입니다.

이 노래에 실린 성경 귀절들의 한글판입니다.

 

Revelation묵시록 1:17-18  (이하 NAB version)
When I caught sight of him, I fell down at his feet as though dead. He touched me with his right hand and said, “Do not be afraid. I am the first and the last, the one who lives. Once I was dead, but now I am alive forever and ever. I hold the keys to death and the netherworld.
나는 그분을 뵙고, 죽은 사람처럼 그분 발 앞에 엎드렸습니다.
그러자 그분께서 나에게 오른손을 얹고 말씀하셨습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나는 처음이며 마지막이고 살아 있는 자다.
나는 죽었었지만, 보라, 영원무궁토록 살아 있다.
나는 죽음과 저승의 열쇠를 쥐고 있다.

 

Psalm시편 138:7-8
Though I walk in the midst of dangers, you guard my life when my enemies rage. You stretch out your hand; your right hand saves me. The LORD is with me to the end. LORD, your love endures forever. Never forsake the work of your hands!
제가 비록 곤경 속을 걷는다 해도
당신께서는 제 원수들의 분노를 거슬러 저를 살리십니다.
당신 손을 뻗치시어 당신 오른손으로 저를 구하십니다.
주님께서는 나를 위하여 이루시리라!
주님, 당신의 자애는 영원하십니다.
당신 손이 빚으신 것들을 저버리지 마소서.

 

James야고보 1:2-3
Consider it all joy, my brothers, when you encounter various trials, for you know that the testing of your faith produces perseverance.
나의 형제 여러분, 갖가지 시련에 빠지게 되면
그것을 다시없는 기쁨으로 여기십시오.
여러분도 알고 있듯이,
여러분의 믿음이 시험을 받으면 인내가 생겨납니다.

Psalm시편 118:13-14
I was hard pressed and falling, but the LORD came to my help. The LORD, my strength and might, came to me as savior.
나를 쓰러뜨리려 그렇게 밀쳤어도 주님께서는 나를 도우셨네.
주님은 나의 힘, 나의 굳셈, 나에게 구원이 되어 주셨네.

 

 

 

아래의 글은 미카엘 형제님의 옆지기 허 안나 자매님의 글이 실린 내용입니다.

 

하느님께 영광

한국에 있을 때, 사목회장님께서 “안나도 꾸르실료 다녀 와야지”하며 권하시던 3박 4일을 미국에 와서 받으며 무디어진 소명의식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다. 3박 5일 후, 크고 작은 주님의 부르심에 “예”로 대답하며 감사하는 신앙 생활을 하고 있던 어느 날, 우리 가족에게 큰 시련이 다가왔다.

코비드 19로 전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던 2021년 2월, 늘 씩씩하던 남편, 미카엘이 급성 골수암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판명을 받았다.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망연자실도 잠시, 미국 땅에 우리 가족 4명 외엔 친인척도 전혀 없기에 내가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만 했다.

타주에 있는 두 딸에게 연락을 하고, 본당 신부님께 연락을 드렸다. 어렵게 시카고 큰 병원으로 미카엘을 옮긴 후, 구역식구들에게 소식을 전하며 염치 불구하고 9일간 미카엘을 위해 고리기도로 함께 기도해 줄 것을 부탁했고, 구역민들은 기꺼이 응해 주었다. 그렇게 미카엘의 치료는 세부 검사부터 교우들의 기도로 시작되었다.

키모를 받아야 할 미카엘의 몸 상태를 검사하는 기간만 1주일을 넘게 기다리며 애를 태웠는데, 9일간의 고리기도가 끝나는 날 미카엘의 키모 시작 소식을 듣게 되었다. 하느님의 손길을 체험하는 첫 순간이었다. 3주면 끝날 수 있다는 키모는 예상을 뒤엎고 2달 + 2달(혹은 4달) 이라는 긴 스케줄로 바뀌며, 미카엘은 고난의 길을 걸어야만 했다.

치료도 못 해보나 걱정을 했지만 3월 8일부터 키모를 시작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키모 시작과 동시에 용기 내어 다시 54일 기도를 부탁했다. 가까운 교우들, 레지오 단원들, 옆 성당 꾸르실리스따까지 합류해서 54일 기도는 100명이 넘는 분들이 함께 해 주셨다.

알고 있는 명단만 100여 명, 레지오 단원 및 서로서로 연락해서 기도해 주신 분들까지 몇 명인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키모를 시작한 지 1달 만에 첫 2달 코스에서 1달을 스킵할 수 있는 놀라운 치료를 받으면서 다시 한 번 기도의 큰 힘을 체험했다.

한편, 석 달 간의 키모를 진행하면서 우리는 5개국(미국, 한국, 일본, 대만, 중국)과 국제 협약이 맺어진 혈액 은행을 통해 미카엘 골수와 100% 매치되는 골수를 찾는 일에도 함께 했다.

5개국에서 3 명의 매치를 찾았고, 딱 한 명이 혈액 기부 의사를 밝혔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 모두가 “이건 기적이야”라며 입을 모았다. 막바지 골수이식을 위한 키모를 마친 미카엘은 7월 초에 자비하신 주님의 크신 사랑으로 골수 이식을 받고 새생명을 얻게 되었다.

골수를 보내준 도너는 물론, 입맛을 잃은 미카엘을 위해 귀한 음식을 만들어 주신 분들, 자신이 골수 검사 받고 골수를 기증하시겠다는 분들, 54일 기도는 마쳤지만 계속 54일 기도를 하고 있다는 분들,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54일 기도를 겁없이 약속하고 무사히 마쳤다는 분들, 우리는 서로 내 일 처럼 같이 아파하며 사랑을 나누고 사랑을 배운 애틋한 시간이었다.

함께한 기도를 통해 하느님께 영광을 드릴 수 있음에 감사드리며, 힘든 시간 기도로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깊은 고마움의 인사를 드린다.

우리의 도움이신 성모님과 자비의 주님께 감사드리며…

(위 글은 아래에서 발췌한 것임)